새로운 환경에 들어가기까지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8월 9일 출국이니, 2주 조금 넘게 남은 셈인데 시간이 정말 훅훅 갔구나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 가족들과 몇 번의 이별을 했었지만 (아일랜드, 호주, 영국) 이번은 좀 느낌이 다르다. 결혼을 하고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가는 것이기도 하고 나이도... 이제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가정을 만들어서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그렇다.
다른 느낌의 이별
나는 이전과 같이 그냥 '학교 다녀올게' 같은 느낌의 이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느낌을 좀 더 무겁게 바꾼 건 부모님의 반응이었다. 결혼 전 상견례를 할 때도 엄마가 너무 서운해하지는 모습이 보였고, 전에는 그냥 '다녀오나 보다'라는 느낌이었지만, 이번에는 '이제 가면 안 올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셨다나... 너무 속상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다니. 스스로 너무 죄송했다. 내가 지금까지 너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던 게 아닌가 싶었다. 아버지는 덤덤하셨지만, '더 나은' 곳, 것을 찾아가는 거라면 그렇게 하라고 하시지만 내심 서운해하지는 걸 느꼈다. 아녜스의 부모님은 딸이 고등학교 때부터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별 느낌 없다고 하시지만 걱정도 되시고 서운하시기도 하신 것 같다. 부모님들은 비슷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결정하기까지 수없이 했던 고민
고민이라기보다는 나는 이미 삶의 목표, 즐거움, 가치의 기준이 뚜렷하게 있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 내가 갖고 있는 이것들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한다. 나의 삶의 목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앞으로 끊임없는 경험을 하는 것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경험을 듣고 느끼고 공유하고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것,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는 앞서 말한 것들을 이루는 것.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며 나는 너무 힘들었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것, 야근을 주 3회 이상을 하는 것, 고객사들의 마인드, 많은 근무시간, 보장되지 않는 계약서상의 복지, 급여 모든 것이 영국에서 일할 때보다 낮았다.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스타트업에서 일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더욱더 절망했던 것은 인터뷰를 볼 때마다 직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가 했던 경력은 그냥 종이 쪼가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는 것. 그래서 결국은 비슷한 환경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던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이상 재미가 없었다. 이유가 없었다. 내가 그동안 해외를 1, 2년씩 다녀오면서 늘 곁에 있어줬던 친구들, 지인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뇌리에 박혔다. 그래서 나는 2019년 7월부터 한국에 있는 동안 스스로 antisocial이 되었다. 얼마 전에 영국에서 알고 지냈던 프랑스 친구 Eve가 여행을 와서 만났다. 거의 2년 만에 노상에서 맥주 한 잔씩 마시며 2시간 동안, 한강 벤치에서 도시락에 콜라 하나 마시며 그동안 살았던 이야기, 있었던 이야기, 직장 경험, 사회경험 등 수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때 깨달은 것이, '아, 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었지..'
길을 걸을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어딜 들어가고 나올 때, 눈이 마주치면 가벼운 눈인사라도 하는 것, 뒤에 사람이 있으면 문을 잡아주는 것, 내리는 사람이 있으면 내릴 수 있게 길을 터주고 다 내리면 타는 것, 좁은 길을 걸을 때 사람이 많으면 1열로 걷는 것,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면 맛있게 잘 먹었다 고맙다는 표현을 하는 것 등. 은근히 에너지 낭비가 심했다. 그래서 닫혀있는 사람으로 그동안 살았던 게 아닌가 싶다.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생계다. 결혼하고 앞으로 내가 가정의 안정을 가져야 하는데 이렇게 일하다가는 100살까지 산다 해도 행복하게 살지 못할 것 같았다. 아녜스도 회사로부터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 생각)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서 끊임없는 성장을 원하지만 더 다양한 길, 기회를 찾아가야겠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한국은 아직 능력에 비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험상 많이 보았다)
아녜스, 지인과의 첫 이별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쭉 다니고 있는 네일샵 언니가 있다고 엊그제 마지막 방문을 했다. 분위기는 여느 때와 같이 예약 방문이었다. 네일을 다하고 나오는데 언니분이 바로 눈물을 터뜨리시면서 배웅을 하셨다. 늘 오면 다음 달, 2달 뒤에 봐요였는데 이제 기약 없는 이별이라고 생각하니, 그동안 잘해준 것도 없어서 미안하고 서운하고 그렇단다. 어릴 때부터 서울에 살면서 정신적으로 위로도 많이 받고 했던 지인이라서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한다. 사장님이 다른 샵 직원으로 일할 때부터 만나서 신림에 개인샵까지 이어져 온 인연이라니 사람 관계에 진심인 네일샵. 나는 아직까지 그런 곳이 없다. 이런 거 보면 아녜스가 나보다 사람 관리를 잘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제 어디에 있던 그들의 우정이 잘 이어져 앞으로 많을 날들을 더 서로 응원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나는 이날 인생 처음으로 네일 관리를 받아보았다. 못생기고 거친 손이라, 조금 부끄럽기도 했는데 관리받고 깨끗해진 손을 보니 신기했다. 손톱이 큰 편이라는 사실도 이날 처음 알았다. 앞으로 계속 고생할 손, 손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림역, 한글 네일샵 - https://naver.me/G1ITqE08
한글 네일샵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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